“지진의 진짜 원리. 단층, 응력, 그리고 에너지 방출”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흔들림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지구 내부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힘이 단층선을 따라 한순간에 해방되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지진을 올바로 바라보는 첫걸음이다.
1. 단층, 지구의 균열이 만든 지진의 무대
지진의 본질은 지각 속에서 일어나는 암석의 파괴와 이동이다. 이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단층이다. 단층은 지구 지각이 힘을 받아 끊기거나 미끄러지면서 생긴 균열로 크기는 수 센티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다양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단층에서 일어난 미세한 움직임도 지진을 만들 수 있지만 거대한 단층대에서 발생하는 파괴는 대재앙을 불러온다.
단층은 움직임의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정단층은 지각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 리프트 계곡에서는 지각이 잡아당겨지면서 정단층이 발달한다.
둘째, 역단층은 압축 환경에서 나타난다. 판과 판이 충돌하는 지역에서 한쪽 지각이 다른 쪽 위로 밀려 올라가며 생기는데 히말라야 산맥을 만든 힘도 역단층의 축적된 결과다.
셋째, 주향이동단층은 수평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형태다. 캘리포니아의 산안드레아스 단층이 대표적이며 이곳은 거대한 지진의 발생지로 악명이 높다.
단층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단층대를 중심으로 암석은 부서지고 갈라지며 미세한 점토와 암편들이 채워져 있다. 이 부서진 지대는 마치 지구 내부의 약한 고리처럼 작동한다. 응력이 축적되면 단단한 암석보다는 단층대를 따라 먼저 미끄러짐이 일어나며 이때 지진이 발생한다. 즉, 단층은 지진의 무대이자 힘이 한곳에 집중되는 파열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2. 응력의 축적과 해소, 지진을 준비하는 지구의 힘
지진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나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응력의 축적 과정이 숨어 있다. 지각은 탄성과 취성을 동시에 가진 거대한 암석 구조물이다. 판 운동에 따라 밀리거나 당겨지는 힘이 암석에 작용하면 처음에는 암석이 조금씩 변형되며 응력을 견딘다. 이때의 변형은 탄성 변형으로 힘이 제거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일정 한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암석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괴되며 이때 축적된 에너지가 지진으로 방출된다. 이를 지진학에서는 탄성 반발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정립되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단층 양쪽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응력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한쪽이 급격히 미끄러져 지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쉽게 말해 나무막대를 휘다가 어느 순간 툭하고 부러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응력의 종류도 다양하다. 판이 서로 멀어지는 곳에서는 인장 응력이, 서로 밀어붙이는 곳에서는 압축 응력이, 그리고 서로 어긋나는 곳에서는 전단 응력이 작용한다. 이 응력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단층 운동과 지진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점은 지구의 표면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응력은 계속 축적된다는 것이다.
지진의 규모는 단순히 얼마나 흔들렸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축적되었다가 해소되었는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소규모 단층에서 작은 응력이 풀리면 미진이 발생하지만 수백 년 동안 응력이 쌓여온 거대한 단층대에서는 대지진이 터져 나온다. 지진은 결국 응력의 축적과 해소라는 지구 내부 물리학의 순환이 드러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3. 에너지 방출과 지진파, 흔들림의 과학
지진이 발생하는 순간 응력에 의해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지진파다. 지진파는 지각을 통해 전달되며 우리가 느끼는 흔들림과 피해를 일으킨다.
지진파는 크게 P파와 S파로 나눌 수 있다. P파는 종파로 입자의 움직임이 파의 진행 방향과 일치한다. 소리파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며 가장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지진계나 사람이 처음으로 감지하는 파다. 반면 S파는 횡파로 입자가 파의 진행 방향과 직각으로 움직인다. 속도는 P파보다 느리지만 흔들림이 크고 피해를 유발한다.
이외에도 지표면을 따라 이동하는 표면파가 있다. 러브파와 레일리파로 구분되며 느리지만 진폭이 커 건물 붕괴 등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 특히 대규모 지진에서는 표면파가 도시를 강타해 참사를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지진파가 지구 내부 구조를 연구하는 열쇠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파는 액체에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외핵이 액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P파의 굴절 패턴을 통해 지구의 층상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지진은 단순히 파괴가 아니라 지구의 비밀을 드러내는 과학적 신호이기도 하다.
지진의 에너지는 엄청나다.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은 원자폭탄 수백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하지만 이 거대한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단층 이동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느끼는 흔들림은 결국 오랜 시간 쌓인 응력이 한순간에 풀려나며 지구 전체로 전해지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