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틀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보이지 않는 지구 내부”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땅 아래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지구의 심장박동과도 같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지구도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에너지 순환이 일어나며 그 결과가 화산과 지진, 대륙 이동으로 드러난다.
1. 지구 내부 구조와 맨틀의 위치
지구는 양파처럼 여러 겹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가장 바깥쪽의 지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대륙과 바다 바닥을 포함하며 두께는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 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 아래에는 약 2,900킬로미터에 이르는 두꺼운 층, 바로 맨틀이 자리한다. 맨틀은 지구 전체 부피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영역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산과 지진, 대륙 이동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곳이다.
맨틀은 크게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로 나뉘며 그 중 상부 맨틀의 일부는 비교적 유동성이 있어 ‘아스테노스피어’라고 불린다. 이 층은 고체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흐르는 성질을 보여 마치 점성이 강한 꿀처럼 움직인다. 이러한 유동성 덕분에 지각판이 위에서 이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다시 말해 맨틀은 지구 표면에서 벌어지는 모든 지질학적 사건의 무대 뒤편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지구 내부의 높은 온도는 방사성 원소의 붕괴와 지구 형성 당시의 잔여 열에 기인한다. 맨틀 깊숙한 곳의 온도는 수천 도에 이르며 이러한 열은 맨틀 물질을 대류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직접 맨틀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뚫은 가장 깊은 시추공은 약 12킬로미터에 불과하며 이는 맨틀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지진파, 실험실 모사, 화산 분출물 분석 등을 통해 맨틀의 성질을 유추하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지구 과학자들의 연구로 조금씩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2. 맨틀 대류와 지각판의 움직임
맨틀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바로 대류다. 뜨거운 물질이 위로 올라오고 식은 물질이 아래로 내려가는 순환 과정이 맨틀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대류는 거대한 규모로 지구 전체의 열을 표면으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맨틀 대류가 지각판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지구 표면은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판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를 ‘판 구조론’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론은 맨틀 대류를 설명의 근거로 삼는다. 뜨거운 맨틀 물질이 상승하는 지역에서는 새로운 지각이 생성된다. 예를 들어 대서양 중앙 해령에서는 맨틀이 위로 솟구치며 새로운 해양 지각을 만든다. 반대로 차가워진 판이 맨틀 속으로 가라앉는 곳에서는 판이 사라진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해구나 마리아나 해구처럼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대다.
이처럼 맨틀의 움직임은 단순히 지구 내부에서만 벌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표면의 대륙과 해양의 배치를 결정한다. 인류가 살고 있는 대륙은 사실 맨틀 대류의 거대한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밀리고 당겨지는 조각들인 셈이다. 이러한 과정은 수백만 년, 수천만 년의 시간 규모로 진행되지만 그 결과는 지진과 화산 활동처럼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맨틀 대류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으로 지구를 빚고 있는 셈이다.
3. 화산과 지진, 맨틀이 드러나는 순간
맨틀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구 표면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사건들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화산은 맨틀의 내부 에너지가 표면으로 분출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마그마는 맨틀 깊은 곳에서 발생하며 맨틀이 부분적으로 녹으면서 생긴 용융물이 지각의 약한 틈을 따라 상승해 지표로 솟아오른다. 하와이의 화산은 맨틀 내부에서 솟구치는 ‘핫스팟’의 결과물로 판의 경계와 상관없이 맨틀의 열이 직접 지표로 드러나는 사례다.
지진 역시 맨틀과 깊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지진은 판이 서로 부딪히거나 어긋날 때 발생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맨틀 대류가 판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맨틀의 흐름이 판을 밀고 당기면서 응력이 축적되고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르면 에너지가 방출되며 지진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가 지진계를 통해 기록하는 파동은 사실상 맨틀에서 시작된 힘의 부산물이다.
또한, 지진파는 맨틀을 연구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지진파는 속도와 경로가 맨틀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맨틀의 밀도, 상태, 심지어 부분적으로 용융된 영역까지 추정할 수 있다. 즉, 지진은 단순히 파괴적인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고 지구 내부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귀중한 창이다.
이렇듯 “맨틀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보이지 않는 지구 내부”는 화산과 지진 같은 사건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평소에는 감춰져 있지만 가끔씩 폭발적인 형태로 지구의 힘을 보여주며 우리가 딛고 있는 행성이 단순히 고정된 무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