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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와 라니냐, 기후를 뒤흔드는 거대한 리듬

이코노어 2025. 9. 21. 08:10

“엘니뇨와 라니냐, 기후를 뒤흔드는 거대한 리듬”은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 변화가 어떻게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을 흔들어 놓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해류와 대기의 상호작용 속에서 인류는 폭우와 가뭄, 폭염과 한파라는 결과를 마주한다.

 

엘니뇨와 라니냐, 기후를 뒤흔드는 거대한 리듬
엘니뇨와 라니냐, 기후를 뒤흔드는 거대한 리듬

 

1. 엘니뇨와 라니냐란 무엇인가? 태평양에서 시작된 기후의 파도

엘니뇨와 라니냐는 본질적으로 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일어나는 해수면 온도 변화와 대기 순환의 변화를 가리킨다. 이 두 현상은 ENSO(엘니뇨-남방진동)라고 불리는 기후 시스템의 두 가지 얼굴이다. ENSO는 지구 기후 변동을 주기적으로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로 해양과 대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를 뜻하며 원래 페루 어부들이 크리스마스 무렵에 해류와 어획량이 달라지는 현상을 묘사할 때 사용했다. 엘니뇨 현상은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을 말한다. 해수가 따뜻해지면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고 열대 수렴대의 위치가 바뀌면서 전 지구적으로 기후 패턴이 달라진다.

반대로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의미하며 엘니뇨와는 정반대 현상을 가리킨다.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해수가 차가워지면 대류 활동이 서쪽으로 치우치고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또 다른 기후 이상이 나타난다.

이 두 현상은 단순한 바닷물 온도의 변화가 아니라 바다와 대기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결과다. 해수 온도의 변화가 대기의 흐름을 바꾸고 대기의 변화는 다시 해수를 변화시키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적도 태평양에서 일어난 작은 이상이 지구 반대편의 폭설이나 가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그야말로 지구 기후를 뒤흔드는 거대한 리듬인 셈이다.

 

2. 엘니뇨가 불러오는 전 세계의 기후 이상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지역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다. 페루와 에콰도르에서는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차가운 심층수가 솟아오르지 못해 어획량이 급감한다. 하지만 그 피해는 단순히 어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기의 흐름이 바뀌면서 전 세계에 다양한 기후 이상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엘니뇨가 나타날 때 인도네시아와 호주 북부는 극심한 가뭄을 겪는다. 따뜻해진 해수로 인해 상승 기류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쪽 지역에는 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태평양 동부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의 겨울 기후도 크게 달라진다. 엘니뇨 시기에는 북미 서부와 남부 지역이 더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는 반면 북동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겨울을 맞는다. 아시아에서도 몬순의 강도가 약해지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는 단순한 기후 변화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파장을 일으킨다. 1997~1998년 엘니뇨는 전 세계적으로 수만 명의 인명 피해와 수백억 달러의 경제 손실을 남겼다. 홍수, 가뭄, 산불, 질병 확산 등 다양한 문제들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엘니뇨는 지구적 재난으로 기록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엘니뇨가 반드시 나쁜 날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엘니뇨가 가뭄을 완화하거나 겨울을 온화하게 만들어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 지구적으로 보면 엘니뇨는 기후 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려 불확실성과 위험을 높이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3. 라니냐의 반대 리듬과 그 영향

라니냐는 엘니뇨의 정반대 현상으로 태평양 동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무역풍이 강화되고 해수의 용승이 활발해진다. 차가운 바닷물이 표면으로 솟아오르면서 영양염류가 풍부해져 어획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또 다른 기후 이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북부는 평년보다 많은 비를 맞게 된다. 이는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남미 서부 해안 지역은 평년보다 건조해져 농업 생산량이 감소한다. 미국의 경우 라니냐 시기에는 서부가 가뭄을 겪고 북동부와 중서부는 겨울 폭설이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

라니냐의 영향은 때로 엘니뇨보다 더 극단적일 수 있다. 2010~2011년 라니냐는 호주 전역에 기록적인 폭우를 불러와 브리즈번을 포함한 주요 도시가 물에 잠겼다. 동시에 동아프리카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수백만 명이 기아에 시달렸다. 이처럼 라니냐는 세계 곳곳에 상반된 기후 현상을 동시에 일으킨다.

라니냐가 중요한 이유는 엘니뇨와 교대로 나타나면서 지구 기후에 리듬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 두 현상은 서로 반대되지만 공통적으로 지구 기후의 균형을 흔들며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준다. 최근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엘니뇨와 라니냐의 빈도와 강도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앞으로 인류가 더 자주, 더 강한 기후 이상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